<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데스크 | 기사입력 2021/02/25 [17:28]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데스크 | 입력 : 2021/02/25 [17:28]

 

▲ 사)여수공공스포츠클럽 회장 오철곤  



설 명절 연휴에 발생한 가족 간의 코로나 집단감염이 우리를 위축되게 하더니 또다시 3일간의 삼일절 연휴에 관광객들의 대거 방문이 예약되어 있어 우리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을 다녀간 타지역 방문객들의 잇따른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안전 안내문자로 안내될 때마다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도 어김없이 봄이 오는 길목에는 꽃망울이 맺히고 있습니다. 홍매화가 화무십일홍을 입증할 터이고, 이어서 동백이, 진달래가 순서를 이어갈 것입니다.

 

예년 같으면 대자연의 질서와 순환 속에서 색깔을 입혀가는 봄의 변화에 가슴이 설레련만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즈음은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다라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말이 더 실감납니다.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다는 요즈음 우리 주변의 소상인들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고사성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살이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가기보다는 제 한 몸 챙기기에 지치기 마련입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일들도 여유가 없이 살기가 각박해지면 다툼으로 발전하고, 심지어는 가족들 간에도 이웃들 간에도 다툼이 잦아지곤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일상 자체가 끝없는 무기력에 빠져든다고들 합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보니 소비와 지출이 줄어들고, 소비와 지출이 줄어드니 경기가 침체되고, 경기가 좋지 않으니 소득마저 떨어져, 살림살이가 궁핍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되는 안타까움의 연속입니다.

 

요즈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딱 맞아 떨어지는 날씨입니다. 원래는 오랑캐 땅으로 억지 정략결혼을 한 왕소군의 처지를 그린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의 일부입니다.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로 서시, 양귀비, 초선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일컬어지는 절세미인이었으나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 왕에게 시집을 가야만 했던 불운한 여자였습니다.

 

원제는 궁궐에 후궁들이 많아 일일이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모연수라는 궁중화가에게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려 화첩을 만들게 한 후 마음에 드는 후궁들을 차례로 낙점하여 잠자리를 한 후 비로 삼았다고 전해집니다.

 

후궁들은 황제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모연수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얼굴을 예쁘게 그려달라고 간청을 했는데 유독 얼굴에 자신감을 가진 왕소군만은 뇌물을 주지 않아 모연수는 그녀의 얼굴을 밉상으로 그려 화첩에 올렸다고 합니다.

 

내궁에서 원제의 사랑을 기다렸으나 황제는 그녀를 추녀로 잘못 알고 있었기에 총애를 받을 기회가 없었던 셈이지요.

 

그러던 중 흉노족의 왕 호얀하가 전한의 비녀를 왕비 삼기로 청하자 황제는 추녀로 잘못 알고 있던 왕소군을 그에게 주기로 낙점하게 됩니다.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는 날 처음으로 왕소군을 보게 된 원제는 격노하여 모연수를 참형에 처하였으나 이미 절차가 끝난 후라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왕소군은 흉노로 가는 길에 자신의 서글픈 심정을 금에 담아 연주했는데 그 구슬픈 가락과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모습에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넋을 놓고 날개짓 하는 걸 잃고 떨어졌다는 낙안(落雁)의 고사가 함께 전합니다.

 

왕소군은 고향을 잊지 못한 채 흉노의 땅에 묻혔는데 왕소군의 심정을 동방규가 소군원(昭君怨: 王昭君)이란 시에서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오랑캐 땅인들 화초가 없으랴만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고 읊었는데 뒷 문구 춘래불사춘만 떼어내 오늘날까지 꽃피는 봄이 오면 인구에 회자 되는 명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은 변하고 있으나 코로나19에 함몰된 우리의 심경을 대변한 것 같아 긴 사연을 함께 옮겨 보았습니다.

 

그래도 봄은 봄입니다. 세상은 봄의 색깔을 입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봄은 꽃을 피우고, 새싹을 틔웁니다. 온몸을 다해 자신을 알리고 있습니다. 무기력을 털어내고 봄의 몸짓에 반응하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권해드리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한 구절로 응원을 대신합니다.

 

존재하고 있는 것과 지금 만들어지는 것이 스쳐 지나가다가 사라져버리는 속도를 가끔 생각해보라. 물질은 쉬지 않고 흐르는 강과 같고 사물의 활동은 항상 변화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원인은 무한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정지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리고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것, 곧 과거와 미래라는 무한한 심연을 생각하라. 모든 것은 이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이러한 사물들을 자랑하는 자, 또는 이러한 사물 때문에 괴로워하고 비참해지는 자는 얼마나 바보인가? 이러한 사물들이 그를 괴롭히는 시간은 잠시 동안, 일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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